NOTE · 2026.09.02
젖은 나무 냄새를 향으로 옮기는 일
비 온 다음 날 마당에서 나던 냄새를 향료 열두 가지로 다시 세웠습니다.
어떤 냄새는 이름이 없습니다.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, 나무 대문을 열 때 나던 그 냄새도 그랬습니다. 젖은 나무라고 부르면 절반쯤 맞고, 이끼라고 하면 조금 모자랍니다. 담향은 이름이 없는 냄새를 향으로 옮기는 일을 오래 해 왔습니다.
먼저 온도를 정합니다
향을 세우기 전에 온도부터 정합니다. 같은 시더우드도 차갑게 쓰면 먼 산의 냄새가 되고, 따뜻하게 쓰면 방 안 가구의 냄새가 됩니다. 무루는 후자 쪽입니다. 대문 안쪽, 사람이 사는 자리에서 나던 냄새여야 했습니다.
재료는 열두 가지에서 멈춥니다
초안에는 스물세 가지가 들어갔습니다. 하나씩 빼면서 무엇이 없어도 그 냄새가 남는지 확인했습니다. 마지막에 남은 것은 시더우드, 베티버, 앰버, 톤카빈을 포함한 열두 가지였습니다. 재료를 줄이면 향이 얇아지는 대신 기억에는 잘 붙습니다.
남긴 기록
- 1차 – 2차 : 이끼 계열을 앞으로 당김. 눅눅함이 과했음.
- 5차 : 앰버 비중을 6%에서 3%로 낮춤. 이때 온도가 맞음.
- 11차 : 톤카빈 추가. 잔향이 사람 쪽으로 붙기 시작함.
- 14차 : 이름을 「무루」로 정함.
완성까지 열네 번, 열아홉 달이 걸렸습니다. 담향의 향은 대체로 이 정도의 시간을 씁니다. 다음 글에서는 잔향을 결정하는 베이스 노트에 대해 조금 더 적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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